별닮은 별나무

바다에 가고 싶었다

나무# 2018. 8. 16. 22:46

 

여름이 지나간다.

방학이 끝나기 하루 전날.

방학이 끝나면 여름도 함께 끝나버릴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가 매우 보고 싶다.

바다를 가야겠다.

 

올 여름 원 없이 물놀이를 한 것 같은데, 바다를 가지 못한 아쉬움이 소용돌이친다.

막 퇴근하고 돌아온 유령을 꼬시고, 조르고, 밀어붙여서 30분만에 후다닥 강원도 양양으로 출발!!!

나는 급 여행을 좋아하고, 유령은 계획된 여행을 좋아한다.

퇴근하고 피곤할 거란 걸 알면서도, 계획되지 않은 여행이 반갑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정도로 가고 싶었다.

평소 같으면 시큰둥한 반응에 접어버렸을 제안이었는데, 이번엔 내 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중간 쯤 운전을 교대하고 얼른 가고 싶은 마음에 발에 힘이 실린다.

바다는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여길 안왔으면 내내 바다앓이를 했을 것 같다.

바다 보다 산을 더 좋아했던 내가 여름의 바다를 사랑하게 된 시작은 아이와 함께 하면서다.

아무 것도 없는 바다 모래 바닥에서 몇 시간이나 집중해서 노는 아이의 모습에 빠져 매년 바다를 찾다보니 바다를 안가면 허전한 여름이다.

물에서 한참 놀다가, 바위 돌 틈에서 소라도 잡았다. 동해의 꽃게는 어찌나 빠른지 서해 갯벌서 쉽게 잡던 게들과 달리 잡을 수가 없다. 한 녀석과 바위틈에서 한창 실랑이하다 손들고 말았다.

물에서 한참을 놀다, 모래에서 놀던 아이가 모래에 글자를 적었다.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가다 엄, 마라는 글자를 발견한 순간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

글자를 보고 따라 쓰기 시작한 요즘 안보고 쓸 수 있는 몇개의 단어들이 생겼다.

자기 이름을 처음으로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다음으로 쓴 글자가 엄. . .

이런 나라도 좋아해주는 아이. 아직도 서툴고 여전히 부족한 내가 그냥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맘껏 사랑 받았다.

서툴고 부족한 내 사랑에 대한 미안함을 언젠가 엄마가 되서 너도 이렇게 듬뿍 사랑 받겠지 싶은 마음으로 대신한다.

아이로 인해 그냥 사랑받고 있는 존재임을 확인한다.

 

 

느지막하게 출발할 것을 마음먹고, 저녁도 느긋하게 먹었다. 유성우가 쏟아진단 소식에 조금 더 욕심 부려 보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기적이어야 하겠다.

그래도 가는 길에 혹시 별똥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연신 창밖을 살펴본다.

나도 별똥별을 보고 싶다던 아이는 차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고속도로가 막혀 슬쩍 국도로 가보자고 제안했다. 국도로 가면 별이 더 잘보일 것 같았다.

나는 돌아가더라도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가는 것을 좋아한다.

유령은 목적지까지 한눈팔지 않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충만한 하루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는지 슬쩍 네비 설정을 바꾸고는 국도로 향하는 유령을 보니 기특한 마음이 들 정도다.

문득 문득 별이 아주 잘 보일 것 같은 길을 만나면 자꾸 자꾸 욕심이 난다.

5분만 별을 보고 가자는 제안까지는 먹혀들지 않는다. 나중에 딸내미들 더 크면 그 중에 나랑 감성이 맞는 녀석과 다시 이런 여행을 하겠다는 푸념을 대신으로 오늘은 나도 여기서 양보를 한다.

계획되지도 않고, 정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오 분 정차는 이 사람에게 상당한 모험이고 긴장일 것임을 안다. 자는 아이들을 깨워서 함께 누워 별을 보자는 제안이 나에게만 낭만이고 설레는 일인 것이 안타까워 미칠 지경이지만 상대에게는 그냥 미친 소리일 뿐임을 안다.

서로 다른 듯 하지만사실 유령과 나는 닮은 부분이 많다.

가끔 유령보다 조금 덜 계획적이고, 모험적일 뿐, 나 역시 예측가능한 것을 편안해하는 성향이다. 그래서인지 유령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유령 역시 즐거웠다는 말에, 다음 여행은 조금 더 무모해지길 기대해본다.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창문을 부여잡으며 목을 빼고 있던 그때! 거짓말처럼 펑~하고 별똥별이 날아들었다.

~~!!!!!!!! 이건 정말 완전 미쳤어!!!!!

이 별똥별을 보기 위해 내가 오늘 하루 이렇게 조바심이 났었구나 싶었다.

이제 이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