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dust 길벗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 속도에 관하여
isanha
2019. 2. 8. 16:48
- 영화 <초속 5cm>를 보고
복구전망이 불투명한 폭설 속에서
기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벗어던진 손목시계와
전해주지 못한 편지
설레임이 불안함으로 이어지던
지난한 기다림
불안과 체념이 눈처럼 녹아내릴 때
흐르던 눈물
둘이 함께 걷던 그 밤의 숫눈길과
첫 키스 후 마주한 슬픔과 다짐의 깊이
무서울 정도로 어둡고 텅 빈 우주를 향해
끝내 어디에 가닿을지 모르면서도
우주선은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간다
그 우주선을 바라보며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할 문장들을
홀로 적어대는 나
당신의 시선이 끝내 가닿는 곳이
내가 아니라는 깨달음에
끝내 하지 못했던 말
이제 더 이상 나는
절실하지도
진실하지도 않다
우울에 감염된 물건들과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몰입하던 일들
당신과의 거리를 지키거나 좁히기엔
인생은 너무 거대하고 무심하다
속도는 미약하고 방향감을 잃었다
그래도 잊지 못하는 오래된 꿈과
언제까지나 현재로 머무를 숫눈길
언젠가 눈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서
균형 잡고 서핑보드를 탈 그 순간을 위하여
언젠가 눈처럼 내리는 벚꽃 맞으며
당신을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을 위하여
나는 이 순간을 견디고
당신을 향해 나아간다
설령 그 순간이 오지 않는다 해도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