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될수도 반복 될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함께 존재했다는 행복.”
<쇼코의 미소> 중에서
이 여름 날의 캠프가 아련한 기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어째 뭉클하다. 우리가 함께할 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꿈같은 날들, 이었다 .
7살 루다가 다니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열 두 가족이 캠핑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흘을 함께 살았다. 스케일이 어마무시했는데 먹기는 또 얼마나 잘 먹었는지 머무는 동안 40명 남짓의 인원 전부가 충분히 먹을 만큼의 닭백숙, 연어 사시미와 초밥 그리고 수육을 요리 좀 하는 아빠들이 리얼 셰프의 맛으로 해냈다.
멀리 나가면 항상 자랑거리가 되는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번에도 역시 4살부터 11살까지 뒤죽박죽 한데 모였다 흩어졌다를 자유자재로 우는 소리 하나 없이 뛰놀았다. 그 아이들만큼이나 잘 노는 우리들도 쏟아지는 별 아래서 떠들다 웃고 춤추다 잠들었다.
거짓말 같은 폭염 속에서 모두의 수고가 더해져 완벽한 여름 휴가가 완성됐다. 내 아이 행복을 위해 남들과 조금 다른 (아직은 소수의) 선택을 했다는 것 외에는 별 공통점이 없는 우리들이 스스럼없이 서로 나누고 베푸는 모습이 얼마나 놀라운지, 느즈막이 눈비비고 일어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좀 멋지지 않나.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아이와 어른이 한 자리에서 잘 노는 일은 꽤 어렵다. 근데 우리는 그걸 해낸다. 난 아직도 ‘공동 육아’가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 캠핑을 통해 아이를 돌본다는 단순한 의미의 ‘육아’를 ‘함께 즐거운 시간’으로 재포지션 하는 일이 ‘공동 육아’라고 믿게 됐다.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전부의 영감이 일어나는 기쁨이 있는 곳. 계산이 없는 낭만적 관계의 케미가 쏠쏠한 곳. 당신이란 거울로 나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게 하는 곳. 물론 우리 모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이 모든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곳. 이곳의 4년 이란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웃는 나를 상상할 수 없다.
어쩌다보니 또 ‘공동육아’ 예찬의 글이 돼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어느 가족> 을 통해 던진 ‘진짜 가족이란 뭘까요’ 라는 질문에 짧은 대답도 가능하겠다. 어쩌다 인연이 돼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걷는 우리도 제법 가족스럽지 않느냐고.
2018. 8.
화천 낭만캠프에서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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