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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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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말 키키 키린의 말, 읽다가 맥주를 따버렸다. + 후련한 표정 남은 생이 올해 말까지일거라고 들은 모양이었다. 삶이 때로 지옥이면 어때, 떠날 날을 듣고서 후련한 표정을 지을 수만 있다면. + 연출적인 눈 아마도 전체를 보면서 뭐가 부족한지 거기에 자신이 어떤 한마디를 더해서 보완할 수 있는지를 아주 연출적인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늘 전체를 보려고 하는 나에게도 연출적인 안목은 있지만 디테일에서 완벽을 추구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격차를 아프게 받아야. + 부감해서 보는 버릇 나는 이쪽에서 보면 어떨까 저쪽에서 보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물을 부감해서 보는 버릇이 들었어요. 이쪽에서 웃는 사람이 있으면 저쪽에서 우는 사람이 있다든지, 그렇게 사물을 보는 습성과 바릇이 있는 모양이야. 나에게 심술궂은 면..
나의 뉴욕 ​ ​ 이들이 눈앞을 지난 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 현실감이 무너졌던 기억. 목적 없이 걷다가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하늘 사이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 아래로 지나는 사람들, 이라기보다는 압도적인 풍경. 거짓말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반사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사진은’ 나의 뉴욕’이 되었다. ​ ​ 뉴욕의 거리는 과감하고 자유분방하면서 틀에 박히지 않았다. 사람만큼 반려동물의 활보도 자연스러웠다. 길 위의 사람들 옷차림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나는 배웠다. 진정한 패셔너블함은 꼴리는대로 입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길 가장자리에서 정장 자켓과 바지까지 훌훌 벗어 던지고 가뿐한 레깅스 차림으로 변신, 전혀 다른 무드로 제 갈길을 마저 걸었다. 나보다 열 살쯤 어려 보이는 젊..
5월의 시간 ​ 영배Home 1. 개구리 울음소리가 믿을 수 없을만큼 선명하다. 이제껏 나의 5월이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포근하고 푸르른 나날들이다. 지천에 핀 꽃들 중에 노란색 수선화에 유난히 마음이 간다. 집을 짓고 산 지 꼬박 2년이 된다. 늘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익숙하고 또 낯설다. 날이 따뜻해 지면서 새들이 분주히 난다. 동이 틀 무렵 하늘과 태양 그리고 나무의 초록이 의연한 조합을 이룬다.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풍경이다. ​ 집을 짓고 첫해에는 거실에 자란자란 고이는 햇빛에도, 손에 잡힐 듯 날아드는 나비에도 감탄하기 바빴다. 늘 곁의 마을 언니들과 약속 없이 만나 왁자지껄 낮술을 나눈 날에는 밤까지 달뜨고 취했다. 제 힘으로 자라는 텃밭 채소들 곁에서 하늘과 땅의 조건없는 공헌에 두손을 모아 감..
이런 명절도 괜찮더라 ​ 시댁에 가지 않았다. 어른들이 꼬마들 봐 주시느라 오며 가며 살아 주시니 이번 설에는 따로 찾아뵙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오빠가 얘기한 모양이었다. 별 이유 없이 각자 멀리서 명절을 보낸 건 처음이라 서운하지는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내색을 않으시는 건지 쿨하신 건지 그저 알겠다 하셨다. 덕분에 며느리라는 정체성이 가장 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설날에 오직 쉬었을 뿐이다. 이 얼마나 꿈같은 현실인가. 잘 쉬기 위해 몇 가지 원칙 안에서 움직였다. 우선 밥은 일이 안 되도록 해 먹었다. 하루에 두 끼만 챙기고 ‘첫 끼는 대충 마지막 끼는 평소처럼’을 지켰다. 알람은 꺼 두었고 아들은 아빠와 다른 방에서 재웠다. . ‘지금은 취할 시간’도 기꺼이. 옆집네 언니 오빠랑 우리집 오빠랑 아들 딸들이랑 장장 16시간 와..
이런 메리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트리 타령의 아들들 성화에 이케아로 향하는 길. 나는 적당히 심드렁하지만 은근 떨리는 마음이었다. 일요일 오후의 이케아라면 끔찍할 만큼의 인파가 예상되는 바 길을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아들들과의 쇼핑몰 나들이는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언제나처럼 첫경험이라면 반기자며 ‘오 이런 날도 오네’ 놀라움을 감추고 이끌려 나섰다. 예상만큼의 질서 없이 밀렸다 빠지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아들들만이 카트에 주저 앉지 않고도 잘 걷고 핸드폰을 손에 들지 않고도 신났다. 한젤과 루다는 합의 하에 가장 키 큰 트리를 고르고 루다는 독버섯이라며 완전히 꽂혀버린 붉은 버섯 모양의 장신구를, 한젤이는 지 얼굴 만큼 커다란 금빛 별모양의 장신구를 각각 선택했다. 정말이지 언발란스한 조합..
우리 보통 날의 기록 H.angel , 11 years old 요즘 좋은 잠이 어렵다. 여러번 뒤척이고 깬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회사의 일과 관계에서 버티고 돌아와 꼬마들 밥 챙겨주고 뒷정리를 마치고 씻고 누우면 9시 전후쯤 된다. 잠들기에 있어서는 어려움 없는 두 아들 덕분에 한 밤에는 짧게나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게 그나마 위안이다. 평일의 일과에는 되도록 예외를 두지 않는 편이다. 흐트러지고 퍼질 때 제대로 그러기 위한 전략이자 두 아이를 케어하는 일은 공장이 돌 듯 합의된 시스템이 움직여야 그나마 할만하다는 경험상 몸에 밴 습관이다. #어제 어제는 꾀가 나길래 저녁밥 패스하고 치킨 시킬까 얘기해 봤다. (이 역시도 드문 일이다.) 한젤이 오옙 ! 소리 지르고 루다도 싱글벙글 좋단다. 재빠르게 배달의 민족에..
논산에서 만난 그녀 논산. 태어나 처음 와 본다. 사진을 취미 삼거나 뜻을 둔 8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다. 단 두 시간, 논산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카메라에 담는 게 우리의 미션.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들에게 직접 나의 사진을 크리틱 받을 수 있는 기회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지원했고 나름 높은 경쟁을 뚫고 합류했다. 당연히 긴장과 기대가 양 어깨를 누른다. 난 사진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2년 전 그때처럼 재래시장 주변을 누비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삶의 현장을 사진의 소재로 삼는다는 건 미안한 일 이라서 그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찍고픈 마음은 경계하기로 한다. 찍는 이의 마음과 찍힌 이의 마음은 같아야 하므로. 사진은 최후로 두고 관계 맺음을 최선에 두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큰 카메라를 둘러메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낯선..
열 두 가족의 낭만 캠프 “지속 될수도 반복 될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함께 존재했다는 행복.” 중에서 이 여름 날의 캠프가 아련한 기억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어째 뭉클하다. 우리가 함께할 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꿈같은 날들, 이었다 . 7살 루다가 다니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열 두 가족이 캠핑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 사흘을 함께 살았다. 스케일이 어마무시했는데 먹기는 또 얼마나 잘 먹었는지 머무는 동안 40명 남짓의 인원 전부가 충분히 먹을 만큼의 닭백숙, 연어 사시미와 초밥 그리고 수육을 요리 좀 하는 아빠들이 리얼 셰프의 맛으로 해냈다. 멀리 나가면 항상 자랑거리가 되는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은 이번에도 역시 4살부터 11살까지 뒤죽박죽 한데 모였다 흩어졌다를 자유자재로 우는 소리 하나 없이 뛰놀았다. 그 아이들만큼이나 잘 노는..